소확행 : 자본주의는 개인의 행복까지 디자인한다.

2021. 5. 14. 09:15Think/글을 쓰자

 

'소확행'속 이면

 

감동은 언제 오는 것일까요. 바쁘고 우울하고 정신없고 팍팍한 생활 속에 잠시 마시는 커피, 기분 좋은 바람, 따스한 햇살 같이 소소하지만 아름다운 것들을 보았을 때 감동이라는 감정이 찾아옵니다. 이런 감정은 원래부터 존재했던 감정이지만, 요즘에는 '소확행'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어요. '소확행'이라는 단어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뜻인데,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단어에요. 청년들은 맛집을 찾아가 음식을 먹고 작고 소소한 제품들을 구매하고 그 제품을 SNS에 올리는 식으로 '소확행'을 실천합니다. 하지만, '소확행'이라는 단어가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젊은 청년들이라는 식의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 있는 이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통의 일상이 얼마나 무료하고 평범하고 치열하면 작은 행복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이 트렌드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소확행'이라는 트렌드는 자본주의 체제의 경쟁의 레이스로 뛰어들 자신이 없는 청년들이 일찌감치 경쟁을 포기하고 자본주의 체제에 소극적으로 저항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 같기도 해요. 아무리 머리를 쥐고 짜봐도 건물주 부모를 둔 친구와 내가 같은 출발선 상에 있지도 않고 내가 아무리 노력해봐도 그 구조를 꺾기 힘들겠구나 하는 구조적인 벽 앞에 지금 세대 청년들은 무기력하기만 합니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자발적으로 노예가 되는 우리들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은 물론 중요합니다. 자신의 일상 속의 행복을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항상 키고 삶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삶은 중요하죠. 하지만 '소확행'이라는 의미가 그런 긍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가 작동하는 모순을 외면하는 우리들의 모습이라는 것을 바로봐야 할 때인 것 같아요. 겉으로는 민주주의며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기회가 부여되는 것 같지만 실상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모두 알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소확행'이라는 트렌드가 이런 자본주의적인 우리의 사회를 외면하면서 가난하지만 행복한 삶이 있고 이상적인 삶이 있다는 것으로 치장하고 미화하고 있다면 이런 트렌드에는 문제가 있어요. 마치 자발적으로 노예가 된 사람들이 발목에 감겨 있는 사슬을 자랑스럽게 치장하고 다니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대가 교체되는 과도기

 

우리 부모님 세대는 일이 곧 삶이었던 시대였어요. IMF때 모두 힘을 합쳐 나라의 경제를 살리는데 많은 공을 기울이셨는데, 지금 그런 현상이 온다면 청년들은 대부분 나라가 나에게 어떤 것을 해줬길래 내가 나라를 살려야하냐 하는 입장일 것입니다. 기업이 가족이었던 부모님 세대, 퇴근 후에도 같이 일한 사람들과 회식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 하던 시대와 지금은 너무나 다릅니다. 일과 개인적인 생활이 철저히 분리되어야 한다는 '워라밸(Work Life Balance)'시대입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아직 사람들의 의식이 정확히 자리 잡지 않아서 많은 갈등들을 빚고 있는데요. 워라밸을 챙길 수 없는 직종도 있을 것이고 일을 삶과 연계해야 하는 직업도 있겠지만 우리 사회는 지금 '워라밸'이라는 키워드를 내밀면서 노동시간을 지켜주지 않거나, 퇴근 후에도 회식을 하거나 회의를 하면 무조건 나쁘다는 식으로 손사래를 치고 있습니다. 물론 무리하게 삶을 방해하면서까지 일에 목을 매야하는 것은 좋지 않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일과 삶을 분리하려는 것은 내가 그 일에 대한 애정과 기대가 없다는 의미가 되기도 해요. '워라밸'현상도 어떻게 보면 노력해도 성과가 보이지 않는 삶에 대한 무기력한 저항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확행, 워라밸 이런 현상들을 겉핥기 식으로 흡수하고 노력하지 않은 삶을 살아도 된다라고 부추기는 것이 좋은 일일까 사람들을 점점 더 무기력함 속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해보았어요. '자유와 책임'은 같이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확행이든 워라벨이든 삶의 목표를 확실히 정하면 거기에 휘둘리지 않겠지만 너무 많은 것들을 고려하고 생각해야 하는 우리 세대들은 지금 어떤 것을 삶의 목표로 정해야 하고 나아가야 할까 많은 고민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지 일에 대한 열정이 커서 일에 대한 성과를 인생의 큰 목적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고 가족과 좋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돈을 많이 벌기 위해 일을 무리해서라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런 사회현상들은 그런 '개인의 목적'마저 부정해버리는 것 같아 슬프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본주의는 개인의 행복마저 사회에 의해 디자인되도록 바꿔버리는 것 같아요. 이런 과도기 속, 목적이 수단이 되어버리는 이런 뒤바뀐 삶 속에서 무엇을 해야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지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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