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의 마음, 안희경

2022. 3. 12. 16:00Think/책

안희경 저자의 [사피엔스의 마음]이라는 책을 읽다가 "21세기의 사랑이란"이라는 주제로 안희경 작가가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과 대화한 내용이 있는데, 다시 한번 곱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글을 쓴다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

 

 



폴란드 출신 사회학자이며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를 피해 소련으로 도피하기도 하였다고. 사회학과 철학을 전공하고 교수직을 퇴직 후 30여권 이상의 저서도 출판하기도 하고 활발한 학문 활동을 이어나가고 계신다. '유동하는 근대', '거대한 후퇴',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 '액체 근대', 쓰레기가 되는 삶들' 등이 대표작이고 탈근대 사상을 위해 노력하고 계신다고 한다.

유대감에 대해

"인간의 유대감이 얇아지고 있습니다. 연인들은 예전처럼 충실하지도 안정적이지도 않으며, 어울려 파트너로 지낼 수 있는 시간은 오직 만족을 느낄 때까지일 뿐이죠. 만족감이 떠나면 같이 있어야 할 이유도 사라집니다."

 

21세기는 뭐든 빠르고, 일시적이다. 우정도, 사회적 신의도, 사랑도 우리는 인스턴트 적인 것을 추구하고 있다. 책에서 지그문트 바우만은 현대 우리는 헤어짐이 두려워 사랑의 유혹에 눈을 감고 혼자 남겨질까 봐 무서워, 상처에 대한 보장이 없기 때문에 사랑을 전하지 못한다고 한다. 현대의 라이프 스타일 중에 일명 '롱디 커플'이 꽤 많다. 같은 나라에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다른 나라에 떨어져 있는 커플도 많고 인터넷이 있어 이제 육체적인 접근성이 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영상통화로 카톡으로 이메일로 서로 관계를 맺는다.
이대로 나아간다면 우리는 어디에 도달할까?
라는 질문에 프랑스 작가 우엘벡은 '아주 많은 커플이 반만 결합한채' 살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평소에 '사적인 시간', '개인적인 공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글을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이게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일까? 상처를 회피하고 만들어낸 나만의 공간이 싸우며 티격태격해서 만들어낸 유대감보다 더 소중한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바우만이 말하는 사랑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때 우리는 갈등이 발생하고, 이 갈등을 매일 풀어나가야 한다고 한다. 사랑을 나누는 관계에서는 각자는 주체인 동시에 객체고 두 주체가 만나면 꼭 문제가 일어나기 마련이라고 책에서 바우만은 말한다. 갈등 없는 사랑이 가능하다고 믿는 것은 미련하다는 자각이 일어날 만도 한데, 우리는 사랑에 빠지면 자신의 사랑에는 끊임없는 축복이 내릴거라고 기대한다고 한다. 나는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공간을 가지면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객체를 만났다고 착각에 빠진다고.

 

"사람들은 진실에 머무르려 하지 않아요. 진실은 무엇일까요? 바로 사랑은 발견되는 대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이게 중요해요. 길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미 만들어져 있는 ready-made도 아니에요. 사랑은 지속적인 작업이에요. 끊임없는 노동입니다. 매일 아침 당신 앞에는 사랑하기 위해 다시 창조하고, 규정하고, 다시 버리고 조정해야 하는 24시간이 놓여요. 당신은 배우는 동시에 가르치는 것입니다."



지그문트 바우만과 야신스키 카니아

 


책에서 인터뷰를 같이 하는 '야산스키 카니아'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부인으로 둘에 대한 대화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 원래 둘은 장거리로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마음을 나누었는데, 사랑은 정신으로 나누는 것뿐 아니라 때때로 떨어져 있는 거리를 깨야한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함께 살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상상속에 자신을 가두는 것은 편할지라도 바른 시각을 잃을 수도 있다고 야신스키 카니아는 말한다. 행복은 문제가 없는 상황이 아니라 문제를 풀어가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사피엔스의 마음]이라는 책은 안희경 작가가 세계 유명한 지성인들과 우리 시대의 문명을 돌아보며 개인에게 어떤 성찰이 필요한지에 대한 지표를 주는 책이었다. 이 책은 세계 지성인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개인의 '마음'에 대해서 성찰할 수 있도록 해주고 그런 마음들이 모여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바람이 담겨있다. 문명사회에서 마음의 고통에 휩싸일 때, 책 속에서 잠깐 마음을 들여다 보는 것은 어떤 흔들리는 상황에도 나다움을 유지하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한 방법이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