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

2022. 3. 26. 20:30Think/책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2013, 로버트 트리버스)

진화 생물학의 눈으로 본 속임수와 자기기만의 메커니즘

 

 

 

조직의 상층에 있을수록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과해집니다. 자기기만에 빠지는 경향이 높아요. 1988년에서 1999년 사이에 대한항공의 사망사고 비율이 일반적인 미국 항공사보다 약 17배 높았습니다. 미군은 부대원에게 대한항공 이용을 금지했고, 캐나다는 아예 착륙권을 내주지 않을 것을 고려했을 정도죠. 그 문제를 살피기 위해 외부 자문단이 왔습니다. 결과는 내부의 위계질서와 권위의식이었습니다. 조종실 내에서조차 부기장이 자기 주장을 당당하게 펼칠 자세가 되어 있지 않았어요. 문화적인 요소죠. 그래서 자문단은 조종실 내에서 영어를 사용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한국말로 할 때보다 위계적인 편향이 적으니까 쉽게 의견을 낼 수 있고, 정보 흐름이 빨라지죠. 지배관계가 확고하다는 것은 그 안에 몇 명이 있든 한 명이 다 하는 거나 마찬가지거든요. 이는 병원도 그래요. 과거에는 우두머리 외과의사한테 수술 전에 손을 씻으라고 명령할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위계질서 때문이죠. 의사 역시 자기기만에 빠졌고요. 자신은 의사니까, 다 아니까 괜찮다는 거죠. 그러다 간호사에게 의사가 제대로 손을 씻지 않으면 수술을 중단시킬 권한을 주자 감염으로 일어나는 사망률이 급감했습니다. https://www.khan.co.kr/feature_story/article/201506152131255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 라는 책은, 사람의 '자기 기만'이라는 형질의 주제를 인문학점 관점이라기 보다 인류의 진화 관점에서 풀어낸 책이다.

우리나라의 대한항공 사례나 위안부 문제등을 예시로 들며 수많은 인류의 재앙적인 사례를 '자기 기만'이라는 진화론적 형질 때문이며, 진화의 비밀은 자기를 속이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한다. 다소 직설적이어서 문제가 될 여지가 많아 보이는 책이기도하고 가끔 동의 할 수 없는 부분도 많이 나오기도 했다. 자연과학이라는 하나의 이론을 만들기 위한 합리화적인 이론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책의 저자의 도발적인 통찰력은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집단간의 차별

우리는 자신이 속해있는 내집단은 긍정적인 자극과 연관시키고 자신이 속해있지 않은 외집단을 부정적인 자극과 잘 연관시킨다고 한다. 즉, 외집단 구성원에게 상대적으로 더 편견을 보이며, 외집단 구성원보다는 내집단 구성원을 선호하고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아시아계 여학생이라는 점화 안에서 수학 점수를 더 잘받는 실험을 통해 저자는 소수 집단은 암묵적인 자아상을 낳는다고 말한다. 사람은 자신에게 매력적이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경멸하고 부정하면서 남에게서 그것을 발견하면 공격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동성애자를 공격함으로써 이성애자로서의 자아상을 뒷받침 한다는 것. 이에 대한 실험 결과로 게이 혐오자들이 오히려 게이 영화에 화학적으로 반응했다는 사례를 통해 가설을 뒷받침하고 있다.(조금 부족해보이는 실험이긴 함)

 

 

미화되는 역사

인류 초기에 만연했던 노예제, 성착취 같은 지저분한 타락 행위의 기억을 우리 역사는 점점 최소화 하고 있다. 대신 단순한 탐험과 발견을 찬미하는 형채로. 영토 정복이라는 현실과 동기를 부여하며 현실을 부정하면서 지저분한 행위들을 미화해 버린다. 이런 미화는 같은 행동을 계속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대가는 훨씬 나중에야 치르게 될 것이고, 그것도 생존자들이 그런 행동에 어떤 반응을 보이냐에 따라 어느정도 달라진다고 한다. 독일은 오래 전에 자신들의 범죄를 고백했고, 이웃 나라와의 관계가 개선되었다. 하지만 일본은? 부정하면 배상할 필요가 없어진다. 하지만 이런 부정하는 거짓 역사를 가르친다는 것은 그저 새로운 수치심일 뿐이며 새로운 어두운 역사를 낳는 근원이므로 속죄는 없고 도덕적 문제만 계속 심화시키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책에서 오키나와에 대한 사례도 드는데, 오키나와는 일본 제국 시기 일본 본토로부터 차별당하던 지역이었다. 오키나와 인들은 이런 분노를 통해 기만을 낳아 또 다른 차별을 낳았다고 한다. 오키나와는 역으로 훗카이도의 아이누인들이나 대만의 생번인들을 미개하다고 취급하기도 했다고. 자기기만은 뒤틀린 논리와 굴절된 동화사상을 낳게 한다.

 

 

 

유머의 다른 관점

흑인이나 전통적인 성 역할에 암묵적으로 더 큰 편견을 지닌 사람들 일 수록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인종차별적이거나 성차별적인 의미를 담은 유머에 더 잘 웃는다고 한다. 내면의 모순이 커서 그 주제를 다룬 적절한 유머에 해소되면서 더 큰 웃음이 나오는 것이라고. 유머는 금기 주제와 권력을 빼앗긴 집단의 견해를 논의하도록 해주며 사람들은 자기기만의 부정적이고 값 비싸지만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유머는 진실을 이끌어내 즐기고 소비할 수 있게 해준다. 즉, 우리는 모두 자기기만자라는 것이다. 유머는 아무도 위협을 받을 필요 없이 일종의 사회적 수준의 비판을 허용한다. 그저 농담일 뿐이니까! 라는 기만을 통해서

 

 

 

지배자는 자기기만을 연구할 시간도, 동기도 부족하다.

권력을 쥐었다는 느낌을 가지면 남의 관점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중점에 놓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권력은 남을 무신경하게 만들지만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어버리게 한다. 권력을 믿어버리면 실패한다. 한 실험에서 자신이 일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부류와 그렇지 않은 부류로 나눠 생산성을 평가했다. 자신이 일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부류, 즉 통제 착각이 큰 부류일 수록 생산성은 오히려 낮아진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수익률도 낮았다고 한다. 개인은 시장의 움직임을 결코 통제하지 못하며 시장이 어떻게 움직일지 거의 알지 못한다. 통제 착각이 클 때 사람들은 무작위 자료에서 의미있는 패턴을 본다고 하는데 이것도 일종의 자기기만이라고 한다.

 

 

 

심리학의 아이러니

저자는 정보 습득과 분석은 모두 편향적이며 단계를 거칠 수록 왜곡 된다고 말한다. 심리학이 정보 습득과 분석의 학문이지만 그 정보의 지속적인 퇴화와 파괴의 학문인 이유라고. 자기 기만이 무언가에 관한 진실과 거짓을 동시에 저장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한다. 노년의 긍정적인 편향에서 볼 수 있듯이 이전 정보를 철저히 기피하면 진실은 덜 저장되고 나중에 그것을 억누를 필요성도 줄어든다고 한다. 또, 우리는 자신의 이전 견해를 반영하거나 지지하는 출판물을 갖고 그렇지 않은 것은 대게 회피한다고 하는데, 저자는 이런 기만을 피하기 위해 자신을 더 좋게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을 더 좋게 생각할 수록 자기 기만을 덜 저지르며 인정해야 할 실수 같은 것을 내가 아닌 과거의 자신이 저지른 실수였다고 돌려버리지 않아야 한다고도.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자신을 더 좋게 생각하는 것이 뭔진 모르겠다.

 

 

 

gain & break

우리는 정보를 추구하고, 그 뒤에 그것을 파괴한다고 한다.

우리는 남을 더 잘 속이기 위해 자신을 속인다고 하는데,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 정보를 내뱉고 그 거짓 정보를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해 자신까지 속여버린다고 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어디까지 아는지 모른다. 다른 사람을 위한 합리화적인 생각인지 아니면 진짜 내 생각인지...

 

(책구절)
당신이 그를 처음 만날 때, 당신은 사실상 그를 만나고 있지 않다.
섹스를 중시해서 사랑하는 척 할때가 진정으로 사랑해서 섹스를 꾸며낼 때보다 어렵다. 환상은 유혹적이고 깨지기 쉬운 활동이며 서로를 높이 평가하는 관계가 지속된다.

 

원래 자신의 모습과 남을 의식할 때는 다르다. 뭐 잘보이고 싶으니깐..

이 점이 시사하는 바는 의식적인 마음은 관찰자이며 그러므로 무의식적 통제 수준을 높일 수 밖에 없다고 저자는 말한다. 진심이 아닌 당장을 모면하려는 마음은 옳지 않으며 쉽게 부서진다. 의식하지 못하는 자기기만을 남들이 의식하게 되는 순간 그의 우월감은 주변 사람들이 채굴할 수 있는 자원이 되버린다는 것이다. 기쁨은 일시적이고 심리적인 반면에 현실을 외면하는 태도만큼 예기치 않게 고통스러운 방식으로 삶에 재난을 일으키는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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