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 16. 16:17ㆍThink/책
평소에 너무 기분이 좋거나 너무 기분이 좋지 않거나, 화가날 때, 분노와 증오같은 불쾌한 감정을 가지는 것에 영 거부감이 들었다. 특히 너무 들뜬 상태의 나를 용납하지 못하고 그것을 누르려고 하는 성향이 있다. 평소와 다른 감정들이 느껴질 때, 그 감정에 대한 "진짜" 원인을 구체적으로 알 수 없을 때 그것들을 통제하지 못할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 제목의 '모기'는 우리가 바깥으로 표출하는 불쾌한 감정들을 의미하고 '코끼리'는 불쾌한 감정 뒤에 숨은 근본적인 원인을 의미한다. 진짜 원인은 보통 우리가 당장 필요한 충족되지 못한 감정, 손상된 욕구를 말한다. 이 책은 정서적 불쾌감이 무엇인지 배후를 조명하고 잘못된 패턴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해준다. 진정한 욕구와 열등감과 같은 결핍되고 비어버린 마음을 마주할 때 성숙한 생각을 가질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해서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이 책은 심리치료사가 만난 사람들의 일화로 꾸려져 있다. 아주 살짝 부딪힌 차사고에 억지를 부리는 슈테판, 퇴근 후 돌아온 남편에게 양말을 개라며 화를 내는 안나, 휴가 동안 본인 자리를 꿰찰까 휴가를 즐기지 못하는 세바티안. 분명 슈테판은 차가 걱정되서 화가난 것이 아닐테고 안나는 양말 때문에 짜증이 난 것이 아니며, 세바티안은 자신의 저녁거리를 준비하지 않은 같이온 커플에게 서운한 것이 아닐 것이다. 일화의 주인공들 그리고 우리는 사소한 일로 생겨나는 불쾌감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며, '사소한 것'이라고 치부하여 남에게 감추려고 한다. 사소한 것에 감춰진 근본적인 감정은 우리의 과거에 어딘가에 감춰져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일부러 모르는 척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감정의 연관관계를 달고 살면 우리의 뇌가 피로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치 문법 규칙을 모르는 상태에서 언어 감각을 발전시키는 것처럼 감정의 원인과 결과를 모른채 상황에 따라 감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타자에 의해 삶이 결정되면 우리는 아주 작은 언짢은 일에도 화가 나거나 모욕감을 느낀다고 한다. 특히 연령대에 따른 사회적 기대감이 만들어내는 것들이 아주 중요한 작용을 한다고 생각한다. 성공해야한다거나,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다거나... 타자에 의한 기대감을 밀어내고 내가 정말로 충족시킬 수 있는 곳에 에너지를 사용해야 불쾌한 패턴을 벗어버릴 수 있다. 기본적인 욕구, 세상에 환영 받고 있음을 느끼고, 사랑이 응답받고, 행동이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지려면 코끼리의 윤곽을 마주해야 한다. 하지만 견고한 자기 방어의 틀을 깨고 날 것의 코끼리와 마주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친구들에게 가족들에게 민폐를 끼치게 될까봐 혹은 자존심 때문에 진짜 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순간들이 스쳐지나갔다. 그 때 좀 더 코끼리를 마주하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성장하면서 실망과 좌절을 경험하고 특히 어린 시절의 경험은 아무리 무장해도 그것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의 약점을 마주하고 손상된 욕구를 바꾸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이 된다. 하지만 불쾌한 감정을 기본 욕구를 존중하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 나의 약점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나 자신을 보호해야 하는지 의식하는 것
- 자기 이미지와 타자 이미지가 어떻게 불리하게 변하는지 자각하는 것
- 과거의 인생 단계에서 약점의 근원을 떠올려 보는 것
이렇게 될 때, 문제 상황에서 멈춰 서서 자신의 기본 욕구를 탐지하고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게 된다. 현실적인 제약이나 감정상태에 갇혀있지 않고 무엇이 이로운지, 내면의 평정을 유지하기 위해 더 나은 방도가 있는지 생각하며 자기보호 프로그램을 점검할 수 있는 것이다. 욕구를 솔직하게 전달하고 다른 사람의 약점을 공감하자.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들 한다. 하지만 경험에 따르면, 스스로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인지하면 언제든 변화할 수 있고 그것은 의지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미성숙한 행동을 실수로 만드느냐 변하지 않는 것으로 만드느냐는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며, 이 책은 그 결정을 도와줄 수 있는 책이다. 요즘 불안한 감정들에 사로잡혀 있을 때가 많았는데 많이 위로가 되고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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