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5. 17. 22:37ㆍThink/책
인간과 모든 생명체들은 먹고 살아간다. 그 중에서도 사람들은 살아간다.
그리고 살아가기 위해 고민한다.
살아가는 목적은 관점에 따라 매우 다르겠지만, 과학적이고 유전학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개체를 번식하기 위해 살아간다고 볼 수도 있고, 좀 더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삶을 느끼고 행복하기 위해 살아간다고 할 수도 있다.
현대 자본주의에서는 단순한 “먹고 살기”가 옛날에 비교해서 보면 좀 더 수월하고 쉽게 해결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잘 먹고 더 잘 살고 싶고, 더 많은 걸 가지고 싶어한다.
가진 것들이 충분한데 행복하지 않다고 느껴서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더 소유하고 싶어한다. 돈이든, 차든, 집이든.. 하지만 우리가 평소에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여겼던 자본주의적인 것들을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라는 책에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바로 이렇게 계속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사람을 소외된 상태로, 외롭고 번잡한 상태로 만든다 프롬은 말한다.
누가 봐도 좋은 학교를 나와서 좋은 회사에 취직해서 직장을 다니고 멀리서 보았을 때 흔히 “잘산다.”라고 보이는 사람도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만약 자신이 객관적으로 보이는 조건들이 충분한데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에리히 프롬은 약간은 이분법적으로 접근하여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두 가지로 분류한다.
- 오늘날의 자본주의적인 생활양식인 “소유양식” 과
- 다른 하나는 “존재양식”
"소유양식"은 말 그대로 소유물을 자기자신과 동일시 하는 것이다.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 내가 가지고 있는 차, 집 등이 나를 표현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것들이 근본적으로 나쁘다고 생각해 본적이 별로 없어서 이 책의 프롬의 통찰력은 저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다니고 있는 대기업이 내가 타고 다니는 외제차가 나를 대단한 사람으로 보이게 한다는 생각들 말이다.
이런 소유적 양식의 삶을 적당하게 누린다면 하고 있는 일이나 학업에 열정을 줄 수 있겠지만, 과도하면 오히려 사람들끼리는 서로 더 많이 소유하고 싶어 욕심을 부리고 결국 갈등을 낳게 하며, 그렇게 낳은 갈등은 사람들 사이의 소외와 고립을 일으킨다.
더 많이 갖고 싶어 더 열심히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삶들은 주위를 둘러보면 힘든 고민을 따뜻한 저녁과 함께 털어놓을 가족이나 친구를 잃게 하고 나를 더 고독하게 하는 삶의 양식이 될 수도 있다 책에서 말했다.
"존재 양식"은 말 그대로 나, 너, 우리 삶을 존재 그대로 바라보고 나로부터 자연스럽게 나오는 삶에 대한 고찰과 경험으로 살아가는 방식이다. 내가 높은 직위에 올라있지 않아도 그냥 그대로 바라보고, 지금 내 위치에서 만족하는 삶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존재 그대로 받아 들이면 내가 바라보는 타인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경청해 줄 수 있다고 프롬은 말한다.
프롬은 소유양식을 버리고 이러한 존재양식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하며, 학업에서, 우정에서, 사랑에서 소유양식과 존재양식의 삶을 비교하며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
기억에서의 소유양식은
물건을 소유하듯이 기억도 소유하고자 하는 양식을 말한다. 소유양식의 기억은 단순히 논리적인 연관에 바탕을 둔 기억의 연결이며 특정한 사고에 속한 것을 바탕으로 두고 기억을 하기 때문에 다른 것들과 연관을 잘 시키지 못하고 하나를 기억하면 하나만 아는 기억이 된다고 한다.
존재양식에서의 기억은
능동적인 활동이며, 말, 사상, 장면, 음악 같은 것을 능동적 활동으로 우리 의식 속에서 환기하며,
우리가 떠올릴려고 하는 구체적인 단일 사실과 그것과 연관된 다른 여러 사실들 사이에서 접속이 생기는 기억이다. 개개의 개념은 생산적인 활동에 의해 다른 개념들로 연결되고 확장 되므로 하나만 알면 열을 아는 기억이라고 한다.
책 속 구절들
내가 무언가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잃음, 상실에 대한 불안감을 가져온다."
"현대 과학적 사유는 항상 사물의 근거를 따져 묻는다. 장미는 왜 되는지, 어떻게 하면 더 아름답게 되게 할 수 있는지 근거를 파악함으로써 우리는 장미를 통제하에 두려고 한다. 근거에 대한 추구를 통해 우리는 정작 장미 자체를 보지 못한다. 장미는 시야에서 사라지고 장미를 가능하게 하는 조건들 만이 남는다."
"인간이 자신이 소유하고자 하는 것과 자신을 동일시 하면서 그것에 얽매이는 그 만큼, 달리 말하면 자신과 그 소유물을 동일시 하는 그 만큼, 인간의 자유는 제약 당한다."
"만약 내가 친절한 것처럼 보이지만 나의 친절이 착취성을 감추는 가면에 불과하다면 나의 외관, 즉 겉으로 드러나는 활동은 나를 움직이는 진정한 힘과는 심한 모순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의식적인 동기, 관념, 신조는 거짓된 정보, 편견, 비합리적 정열, 합리화, 선입견의 혼합물이다. 그 속에서 진실의 작은 조각들이 여기저기 부유하면서 모든 혼합물이 올바르고 진실된 것이라는 거짓된 확신을 심어주고 있을 뿐이다."
"현대인들의 분주함이란 어떤 무엇에 의해서 쫓김을 당하는 상태이며, 이런 의미에서 능동적인 것이 아니라 극히 수동적인 것이며 인간의 노예상태를 강화하는 것이다."
더 많이 가진자를 시기하며 더 적게 가진자를 두려워하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인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고, 존재 자체로 만족하며 살아가는 삶이 어렵지만 더 가치있는 삶이라고 느끼게 된 책
하지만 우리의 삶은 이미 자본주의화 되어있고 그 속에서 존재양식으로만 살아가기 얼마나 어려운지 에리히 프롬도 그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책에서는 설명한다.
이 책을 읽고 존재양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이라도 노력하고 인지하면 적어도 나와 내 주위의 것들은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해본다.
에리히 프롬은 한평생 근대인에게 있어서 자유의 의미가 무엇인지 질문하며 소외를 넘어선 인본주의적 공동체를 위해 보이지 않는 우리 마음 속의 적과 싸운 작가이고 “자유로부터의 도피”, “사랑의 기술” 이라는 책도 넘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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