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9. 9. 15:09ㆍThink/책
사실 소년이 온다를 읽고서는 한강 작가에 대해 크게 관심이 있지 않았는데, 바로 이 책.. 채식주의자!! 너무 강렬하고 재밌어서 한강 작가를 너무 너무 좋아하게 되었다...
한강 작가는 이 책으로 맨부커상을 받은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맨부커 상'은 노벨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는 문학상이라고 한다. 특히, 맨부커상의 선정위원 5명 만장일치로 '채식주의자'를 선정하였다고 하는데, 한국 작가가 이 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며, 아시아 작가 중에서도 처음이라고 한다. 한강 작가는 아버지가 소설가셔서 인지 집에 책이 많았다고 하고, 자신의 어린시절을 많은 책을 보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한다. 한강 작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죄와 벌'을 읽으며 자신의 존재가 책 하나로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만큼 한강 작가의 인간의 존재의 탐구와 언어에 대한 치열한 탐구는 어릴적 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한강 작가는 특히, '인간'이라는 테마에 대해 집중하는 소설을 많이 쓰신다고 한다. 어릴 때 부터 늘 인간이 궁금했고 사람은 사람을 학살하기도 하고, 구해주기도하는 그 넓은 스펙트럼에 관해 인간에 대한 질문, 삶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방법으로 계속 글을 써가고 있다고 한다. 한강 작가님이 보는 '인간'은 복잡하고 위태롭고 깨지기 쉬운 존재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인간의 존엄'은 무척이나 연약하며 이 존엄을 해칠 수 있는 것들을 끈질기게 응시하며 그렇게 되지 않도록 해야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며 글을 쓰신다고 한다. '소년이 온다'는 인간의 참혹과 동시에 연약한 인간을 동시에 들여다보는 관점에서 쓴 책인데 '채식주의자'는 주인공들이 육식을 밀어내며 자신의 존재를 세계로부터 감추는 방식으로 자신의 존엄을 확보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대표작으로는,
소년이온다, 34년을 건노온 소년, 여수의 사랑, 검은 사슴, 내 이름은 태양꽃(동화), 희랍어 시간, 흰 등이 있다.
저에게 서재는 '전화 부스다.' 이렇게 생각해봤어요.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서 유리문을 닫으면 바깥세계가 보이긴 하지만 소리는 차단되잖아요. 그곳에서 수화기를 들고 누군가에게 신호를 보내며 목소리가 들리기를 기다리는 그런 공간인데요. 서재는 대부분 죽은 사람들 또는 지금 옆에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들을 꽂아놓고 펼쳐보는, 세계의 한가운데지만 조금은 떨어져 있는 그런 곳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소설가 한강의 서재
소설가 한강의 서재
저에게 서재는 '전화 부스다.' 이렇게 생각해봤어요.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서 유리문을 닫으면 바깥세계가 보이긴 하지만 소리는 차단되잖아요. 그곳에서 수화기를 들고 누군가에게 신호를
terms.naver.com
채식주의자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세 연작을 합쳐놓은 하나의 소설이다. 각 단편은 극단적인 채식주의자인 주인공 '영혜' 주위의 인물들의 시점에서 '영혜'를 관찰하며 펼쳐진다.
'채식주의자'는 주인공 '영혜'의 남편의 시점으로,
'몽고반점'은 '영혜'의 형부의 시점으로,
'나무불꽃'은 '영혜'의 언니의 시점으로,
모든 사건의 중심인물이자 이 소설의 주인공 '영혜'의 시점으로 쓰여진 내용이 없어서 왜 영혜는 극단적인 채식주의를 선택했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없다는 점이 이 소설에 흡입력을 더해주는 것 같았다.
내가 믿는 건 내 가슴뿐이야. 난 내 젖가슴이 좋아. 젖가슴으론 아무 것도 죽일 수 없으니까. 손도, 발도, 이빨과 세치 혀도, 시선마저도, 무엇이든 죽이고 해칠 수 있는 무기잖아. 하지만 가슴은 아니야. 이 둥근 가슴이 있는 한 난 괜찮아. 아직 괜찮은 거야. 그런데 왜 자꾸만 가슴이 여위는 거지. 이젠 더이상 둥글지도 않아. 왜지. 왜 나는 이렇게 말라가는 거지. 무엇을 찌르려고 이렇게 날카로워지는 거지. - '영혜'
주인공 영혜는 피로 물든 잔인한 꿈들을 꾸며 하루하루 심해지는 불면증에 겪고 있으면서 점점 극단적인 채식주의자로 변해간다. 영혜의 이 극단적인 선택에 대해 어느 누구도 이해하려는 주위 인물은 없다. 그래서 더 더욱 영혜의 이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는 미궁으로 빠지게 된다.
하지만 이 영혜의 극단적 선택은 몇 가지 소설 속 사건에서 추측해 볼 수 있는데,
가족모임에서 영혜가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하자 영혜의 아버지는 억지로 고기를 영혜의 입에 쑤셔 넣는다. 영혜가 이에 반항하자 영혜의 뺨을 세차게 때린다. 3편 나무불꽃에서 영혜의 언니 인혜의 시점에서 잠깐 영혜와 인혜의 어린시절이 회상되는데, 그녀들의 아버지는 베트콩을 도륙한 사실을 훈장처럼 떠벌리고 다니던 월남전 참전 군인이었으며 폭력을 마치 대화처럼 쓰는 사람이었다. 아버지의 폭력적인 모습을 육식과 동일시하여 자신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반항하는 영혜의 모습을 고기를 먹지 않으려 하는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영혜는 어릴적 유독 내성적이며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 였다. 그래서 특히 아버지의 폭력에 노출되며 이에 저항하지 못한 채 자라왔다. 한번은 아버지가 개를 죽일때 영혜는 이 장면을 목격했고, 아마도 자신이 이 폭력의 동조자이자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꿈 속에서 깨닫게 된 것 같기도 하다. 영혜는 이러한 자신들의 감정을 돌아볼 새 없이 '조용한 폭력'의 피해자가 되었고 자신이 어떤 이유로 극단적인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한지도 돌아보지 못한채 그냥 그렇게 조용한 채식주의자가 되고 만다.
어쩌면 영혜는 자신이 동조했던 폭력들에 대해서 회유를 하기 위해서 채식주의자가 된 걸지 모른다. 영혜는 자신의 형부가 행하는 예술의 행위라고 포장한 강간에 대해서도 무방비하게 노출된다. 자신이 노출된 잔혹함과 폭력에 대해 그리고 이에 저항하려는 모습에 대해 영혜 본인도 주변 사람들도, 아무도 들여다 보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폭력들을 낳고만 것이다.
'채식주의자'의 세 단편은 공통적으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인간의 깊은 본성에 자리잡은 '폭력성'에 대해 그리고 있다. 소설의 끝에도, '영혜'를 그리는 인물들의 시점에도 어느 누구도 어느 것도 '영혜'에 대해 이해해주는 내용 없이 이 소설은 끝이 난다. 그 모든 것은 하나로 뭉쳐져 개인 '영혜'를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의 '영혜'들에게 사회와 사람들이 가하는 '폭력성'에 대해서 말하고 있었다.
'Think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파민네이션, 에나 램키 (1) | 2023.06.18 |
---|---|
한강, 소년이 온다. (0) | 2022.09.09 |
전체주의가 어떻게 개인을 통제하는가 조지오웰 1984 (0) | 2022.06.26 |
모래로 지은 집 (0) | 2022.06.09 |
데미안, 헤르만 헤세 (0) | 2022.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