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파민네이션, 에나 램키

2023. 6. 18. 16:36Think/책

도파민네이션, 에나램키

 

이북을 선물 받고 크레마클럽 이용권이 같이 와서 크레마클럽으로 맨 처음 읽어본 책이다.

크레마클럽.. 진짜 너무 읽을 만한 책이 없는거 아니냐고,, 우리가 음악 구독권을 구매한다고 해서, 덜 인기 있는 음악만 들을 수 있는건 아니잖슴,, 밀리의 서재도 그래서 구독 취소 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이 책은 구매해서 보기는 뭔가 망설여졌었는데, 크레마클럽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생각보다 꽤 재밌고 빠르게 읽혔다.

 

이 책은 스탠퍼드 중독 치료 센터 정신과 의사 에나 램키가 자신의 환자들을 만나면서 느낀 중독에 관한 내용과, 환자들이 중독을 극복한 일화 그리고, 중독에 대한 새로운 메커니즘을 제시하는 느낌이다. 환자들의 실제 일화가 많이 담겨 있어서 더 재밌게 읽혔던 것 같다.

 

흔히 중독이라고 하면 담배나 마약, 술과 같은 것들을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에나 램키는 우리가 평소에 함께 하는 음식, 게임, SNS, 음란물 등도 마약, 술, 담배에 중독되는 것과 비슷한 메커니즘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빠르게 즐길 수 있는 일회성 영상이나 게임, 인터넷 쇼핑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사고 싶은 것도 버튼 몇 번 누르면 다음날이나 당일에 바로 받아볼 수 있고 심심하거나 지루할새 없이 재미있는 영상을 아주 많이 많이 볼 수 있다.

이러한 자극들이 에나 램키는 우리 뇌의 시소의 균형을 파괴한다고 말한다. 우리 뇌에서 쾌락 중추는 즐거움이라는 자극을 받으면 활성화되는 곳이다. 쾌락 중추(pleasure center)만이 우리 뇌 전체의 보상회로에 관여하는 것은 아니고 뇌의 넓은 영역에 걸쳐 있는 복잡한 시스템이라고 한다. 뇌에 어떤 자극이 들어오면, 좋다 또는 싫다 등의 감정에 대한 신호로 바뀌게 된다. 이 신호로 보상을 추구하고 그 보상을 위한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 보상회로의 대표적인 신경 물질이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보상이 주어지는 행동을 실행하도록하는 우리의 학습 체계에 중요한 물질이다. 그런데 이 보상 회로는 쾌감(pleasure)같이 긍정적인 감정만을 다루지 않고 고통(Pain)에 대한 반응도 관장한다. 어떤 중독되는 것(마약, 담배, 술 아니면 가벼운 중독 거리들 유투브, SNS, 인터넷 쇼핑 등등)이 지속되면 이것들이 지속되지 않을 때 뇌에서는 항상성을 회복하려고 이 중독되는 것들을 계속 원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들이 지속되지 않을 때 우리는 고통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즉 중독에 항상 노출이 되어 있으면 더 큰 중독을 원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쾌감 상태에 계속 노출되면 고통으로 받는 자극이 작아도 그 고통이 크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중독 물질을 멀리해야지 결심해도 금방 다시 과거와 같이 의존하게 되는데, 이 이유를 저자는 쾌락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랜 금단에 따른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완화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고 한다.

 

쾌락과 고통의 관계가 왜 중요할까?

저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의 세상은 결핍의 공간에서 풍요가 넘치는 공간으로 바뀌어서 중독되는 것에 항상 노출이 된다. 저자는 우울증이 있으며 에로틱한? 소설에 중독되었었다고 한다. 전자책을 구매하게 되자 환자를 보는 중간 중간, 집에서 쉬는 때도, 자야하는데도 늦게까지 더 내용이 무엇이 됬던 자극적인 소설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우리가 계속 무언가에 중독될 환경이 아니라면 중독을 인지하고 조화를 맞추려고 하지 않아도 될지 몰라도 지금 우리가 사는 풍요로운 세상 속에서는 시소의 균형을 계속 맞추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의 환자 중 한명은, 인터넷 쇼핑에 중독되었는데, 이는 소비 행위 자체가 약물과 비슷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온라인으로 물건을 검색하고 구매하는 그 '행위'는 그 물건을 구매하면서 받게 될 때까지 기다리는 그 과정과 시간이 '쾌감'이 될 수도 있다. 막상 택배 상자를 열면서 그 쾌감은 순식간에 끝나게 되고 다시 그 쾌감을 쫓기 위해 필요하지도 않는 값싼 물건들을 검색하고 구매하는 행위를 반복하게 된다. 또 도박에 심하게 빠진 통제집단은 도박에서 이기고 질 확률이 1:1일 때, 즉 불확실성이 가장 높을 때 도파민의 양이 가장 많이 분비된 것을 관찰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은 도박중일 때 한편으로는 지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했다. 지면 질 수록 도박을 하고 싶은 충동이 강해지고 계속 지다가 이기면 더 커지는 쾌감을 욕망하게 되는 것이다.(이를 손실 추구 loss chasing이라고 한다.) 또 다른 예로는 SNS가 있다. SNS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변덕스럽고 예측 불가능하다. 그래서 좋아요나 이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불확실하다는 점이 '좋아요'를 받았을 때 우리를 흥분시킬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렇게 다양한 중독에 대한 예시가 있지만 모든 사람이 어떤 즐거운 행위 모든 것에 대해 중독되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누구나 하나쯤 자신만의 중독 대상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찔림)

 

행복에 중독된 사람들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하지만, 든든한 가족, 질 높은 교육, 재정적 안정성, 양호한 건강 상태 등 인생의 모든 혜택을 누리면서도 과한 불안, 우울, 신체적 고통을 스스로 키우는 듯한 이들이 많아졌다고 한다. 좋은 환경에서 자란 환자 데이비드와 케빈은 오전에 대마초를 하며 내내 침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겨우 겨우 침대에서 빠져나온다고 한다. 풍요로운 상태에서 학교 생활, 대인 관계, 학업 등의 조금이라도 고통스러운 일을 피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루함

많은 사람들이 걸어다니면서, 대중 교통을 기다리면서도 계속 핸드폰을 보면서 작은 도파민을 충전한다. 하지만 저자는 지루함은 발견과 발명의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한다. 우리가 핸드폰을 보고 있지 않은 순간은 지루하지만, 새로운 생각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뇌의 공간을 만들어준다고 한다. 그게 없으면 우리는 주변 자극에만 끊임없이 반응하고 싶어할 것이라고 한다.

 

나는 쉽게 피로하고 주의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가벼운 자극에도 쉽게 주의가 분산되는데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러지 않을까 싶다. 미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우울감이나, 피로, 주의력 부족을 정신 질환으로 쉽게 받아들이고 이를 위해 쉽게 정신과에 가서 약물을 처방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책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단순히 과잉 자극에서 오는 결과일 수 있다고 말한다. 과잉 자극에 의해 우리는 계속해서 자극을 찾고 이 자극을 찾는 동안 뇌가 피곤해질 수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일단, 저자는 많은 임상에서 약 1달정도 중독 물질을 끊으면 우리 뇌가 중독 물질이 없는 상황에 적응하고 항상성의 기준치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중독된 기간이나 사람의 유전적 혹은 후천적 요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마약을 하는 사람들은 그 마약이 없을 때 불안하다고 한다. 하지만 마약을 끊어보면 그 불안은 마약 때문에 오는 것임을 쉽게 눈치 챌 수 있다고 한다. 한 환자는 학교에 가기 전에 마약을 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 그리고 학교에서 마약을 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것들을 신경 쓰게 되는데 이러한 행동이 불안을 촉진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가 충분히 오랫동안 기다려서 우리 뇌가 항상성 수치를 되돌리고 시소가 수평을 이루게 되면, 산책하기, 해돋이 구경하기, 친구들과 식사 즐기기 등 일상의 단순한 보상에서 다시 큰 쾌락을 맛볼 수 있다고 한다.

 

시소의 교훈

과학은 모든 쾌락에는 대가가 따르고 거기에 따르는 고통은 그 원인이 된 쾌락보다 더 오래가며 강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중독 대상은 우리에게 잠시 휴식은 되지만 길게 보면 문제를 키운다. 여기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중독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솔직'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거짓말을 잘 사용하면 상황도 무마되고 나를 돋보이게 할 수 있지만 이는 결핍의 사고방식으로 손쉽게 연결된다고 한다. 거짓을 위해서 또 다른 거짓을 꾸며야 하고 그 거짓을 꾸미기 위해 불안해지고 이 불안은 결핍이 되고 결핍을 채우기 위해 무언가에 중독될 수 있다. 반면 있는 그대로 말하기는 여유있는 사고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한다. (근데,, 이 있는 그대로 말하기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되는 말이라면,, 어쩌나) 솔직함은 의식을 고양하고, 더 만족스러운 관계를 만들 수 있고 진심 어린 이야기에 힘쓰도록 할 수 있다고 한다. 또 만족 지연 능력을 강화해서 지금 당장의 작은 도파민을 쫓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사소한 거짓말도 하지 않기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 무의식적으로 거짓말이 나온다.. 사람은 자신의 일기장에도 거짓말을 쓴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도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내가 방금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바로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유치원 때 호박이 먹기 싫어서 바닥에 버린 적이 있다. 이때 선생님이 나와 옆자리 친구 중에 누구냐고 하셨는데 아니라고 했다. 근데 친구가 나대신 혼나게 되었었다. 하지만 혼나지 않았다고 해서 기쁘지 않았지만 나중에 나라고 밝힐 용기는 없었다. 호박 사건이 지금 내게 일어난다면 솔직하게 밝힐 수 있을 것 같다. 당장 친구가 죄를 덮어쓰고, 그 죄를 덮어씌운 거짓말쟁이가 되는 것보다 내 잘못에 대한 대가를 받는 것이 더 기쁠 것이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시소의 균형을 찾아서 유지하는 것은 그 기쁨이 즉각적이지도 가시적이지도 않다 어쩌면 너무 미래라서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보상을 얻기 위한 인내와 노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축적되고 보상은 언젠가 미래에 나타날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저자는 에로 소설을 끊음으로써 의미 있는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성공은 기대하지 않은 부산물이었지 갈망하던 바는 아니었다고 한다. 중독 대상을 끊는다고 다른 부수적인 것에 대해 갈망하게 된다면 그거는 또 다른 불안을 낳지 않을까.. 

 

"회복은 <해리포터>에서 덤블도어가 가로등 기둥을 밝히면서 어두운 골목을 걸어 내려갈 때의 장면과 비슷하다. 그가 골목 끝에서 발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봐야 골목 전체에 불이 들어온 광경이 보이죠. 그가 지나온 길의 빛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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